어렵지만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 빠르게 중단해야

기사내용 요약단기적 가격 폭등 피해 불가피하지만풍력·태양발전 등 청정에너지 늘리면장기적으로 온난화 방지에 큰 도움[AP/뉴시스]독일 북부 루브민에 있는 노르트 스트림2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독일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이 파이프라인 가동을시작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각국들은 강력한 경제제재로 맞섰다. 국제통화결제망(SAWIFT)에서 러시아 주요 은행들을 배제하고 러시아가 해외에 보유한 외화를 동결하는 등으로 러시아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제재가 실행된 뒤 몇 주가 지나도록 러시아 경제는 휘청거리기는 커녕 잘 버티는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가 유럽 각국이 하루 10억달러(약 1조2277억원) 상당의 러시아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러시아 에너지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유가가 급등하자 러시아의 외화수입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지적도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유럽 각국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차단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따져보는 기고문을 실었다. 기고자는 영국 옥스포드 에너지연구소 제임스 헨더슨 소장이다. 유럽은 수십년 동안 상대적으로 저렴한 러시아에너지의 혜택을 입어왔다. 현재 러시아 에너지 의존을 줄이자는 논의가 봇물을 이룬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어 유럽이 실제 에너지 의존에서 탈피하기까지 1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유럽 각국은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의 40% 가량을 수입하고 있다. 엄청난 양이다. 다른 시장의 액화천연가스가 대안이 될수 있지만 수요가 늘면가 가격이 높게 유지될 전망이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 추가 비용이 불가피하더라도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 가즈프롬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도 문제를 일으켜 왔다. 지난해 4분기 이 회사가 현물시장에 천연가스 판매를 중단키로 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 현재 러시아가 대금을 루블로 지급하도록 요구하면서 빠르면 5월중 일부 유럽국에 대한 가스공급이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해 대체 공급체를 찾고 가스 사용을 전반적으로 줄여 러시아 수입량의 3분의 2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대략적으로만 추산해도 그로 인한 충격이 매우 클 전망이다. 유럽은 물론 전세계 소비자들 모두에게 충격을 준다. 일부 유럽 정치인들은 유럽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치러야 하는 희생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을 올해 전면 중단하면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겪어야 한다. 러시아 천연가스의 대안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EU는 야심적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천연가스 1550억입방m 중 올해 1000억 입방m를 줄이려 하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더라도 유럽은 러시아로부터 여전히 3분의 1은 수입해야 한다. 이런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순 있는 걸까?EU 집행위원회는 500억 입방m의 천연가스를 다른 데서 수입한다는 계획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지닌해 생산 차질과 기술적 문제들을 극복하고 원래의 생산량을 회복하더라도 전세계 시장에서 남는 천연가스는 400억입방m에 불과할 전망이다. 유럽은 이중 일부만 구매할 수 있을 뿐이다. 아시아 지역의 수요 증가로 액화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해 유럽이 확보할 수 있는 양은 최대 300억입방m 정도다. 부족한 200억 입방m를 확보하려면 아시아와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이는 가격 인상을 초래해 감당하지 못하는 나라들이 석탄과 같이 공해발생이 많은 연료를 사용하도록 만들 것이다. 유럽은 또 노르웨이, 알제리, 아제르바이잔 등지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100억 입방m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천연가스 생산설비 정비를 늦추고 생산량을 극대화해야 가능한 양이다. 이건 단기적으로밖에 가능하지 않다. 또 올해 액화천연가스 생산을 늘리더라도 내년과 내후년까지 지속할 수는 없다. 새로운 공급 계약이 체결된다고 해도 수십억달러 계약은 체결까지 몇 년이 걸린다. 내년과 내후년도 올해만큼 힘들 전망이다. EU는 소비를 380억입방m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는 전체 소비량의 9%에 달한다. EU가 이를 어떻게 달성하느냐에 따라 장기적 영향이 달라진다. 발전업체들이 풍력발전과 태양발전 설비를 늘려 200억 입방m를 줄이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기적으로 석탄 사용을 늘려야 할 수도 있지만 재생에너지 사용을 가속화하는 것이 2030년까지 탄소발생을 줄이는 변화에 도움이 된다. 일부 국가들은 핵발전 증가를 고려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은 유럽의 에너지 자립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2050년까지 배출가스 제로 목표를 달성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소비자들도 에너지를 절약하는데 동참해야 한다. 유럽 각국이 실내온도를 1도만 낮추면 약 100억 입방m의 천연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밝히고 있다. 날씨에 따라 성적이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지붕에 태양열판을 늘리면 40억 입방m의 천연가스를 추가로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EU 각국은 보조금을 지금해야만 한다. EU는 쓰레기에서 생산되는 바이오메탄의 생산을 35억 입방m 늘릴 에정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120% 증가한 양이다. 이 모든 것들이 달성하기가 쉽지 않지만 기록적으로 오른 천연가스 가격 덕분에 보다 값비싸고 청정한 대안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고통을 겪는다고 하더라도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에서 탈피하는 건 장기적 혜택이 크다. 도덕적으로도 유럽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가치를 수호하고 힘을 과시할 수 있다. 천연가스 수요를 줄이면서 청정에너지 사용을 늘리겠다고 강조함으로써 유럽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지구온난화 방지라는 더 큰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