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SIGHT]레드미 노트11 프로, '샤오미=가성비' 이름값 했지만

각양각색 휴대폰 이슈, 제품, 기능 활용법 등을 소비자 관점에서 쉽게 풀이해봅니다.샤오미가 올해 국내에 출시한 레드미 노트11 프로5G. (사진=이건한 기자)샤오미가 한때 '대륙의 실수'로 불린 이유를 아시나요? 보통 중국산은 '싼 게 비지떡'이란 인식이 강했던 시절, 이를 최초로 깨고 나선 브랜드였기 때문입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답게 가격은 저렴한데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고, 내구성도 봐줄 만한 샤오미 제품들은 휴대폰 보조배터리의 흥행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가성비의 대명사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리고 샤오미는 이 전략을 스마트폰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죠. 지난 10년간 한화로 50만원 이하 중저가 모델들이 샤오미 스마트폰 사업의 주축이었습니다. 지난해 국내에 출시한 레드미 노트10 시리즈 가격도 20~30만원에 불과했죠. 여기에 동일 가격대에서 경쟁사보다 고성능 하드웨어를 탑재하는 방식은 샤오미가 차별화를 꾀하는 방식이었고, 이 전략은 세계 시장에서 통했습니다.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샤오미는 삼성전자(18.9%), 애플(17.2%)에 이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위(13.5%)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연간 성장률이 50%에 달해 6%, 25%에 그친 삼성전자와 애플을 앞섰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샤오미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 미만에 그쳤습니다. 이처럼 뚜렷한 국내외 온도차가 발생한 이유, 대체 무엇일까요?가성비는 나무랄 데 없었다우선 제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샤오미 스마트폰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써보게 됐습니다. 기기는 '레드미 노트11 프로 5G'로, 앞서 사용해본 홍미노트10의 후속작입니다. 사실 '홍미(紅米)'나 '레드미(Redmi)'나 같은 의미인데 올해는 고급스러운 네이밍을 강조하는 전략인지, 레드미 노트로 홍보하더군요. 디자인은 주관적인 영역이지만 대체로 '값싼' 느낌은 아닙니다. 무광 플라스틱에 특수 필름이 코팅된 것으로 보이는 후면은 지문이 잘 묻지 않고 광원은 각도에 따라 부드럽게 반사됩니다. 측면은 매끈하고 단단한 알루미늄 재질로 스크래치에 강했습니다.레드미 노트11 프로 5G 앞면과 뒷면. (사진=이건한 기자)내부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가성비가 강조됐네요. 가격은 메모리 6GB+저장소 128GB 모델이 39만9300원, 8GB+128GB 모델이 42만9000원입니다. 스펙상으로 가정 먼저 삼성 갤럭시 시리즈 최상위 모델에 적용된 1억800만화소 카메라가 눈에 띕니다. 샤오미는 중저가 스마트폰을 만들 때 프로세서 성능을 낮추는 대신 카메라에 투자를 하는데요. 샤오미에 따르면 중저가 모델은 애초에 고사양 게임 플레이보다 웹서핑, 동영상 감상을 위한 용도로 사용되므로 굳이 고가의 고성능 프로세서를 쓸 필요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죠.실제로 샤오미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은 준수한 편입니다. 고화소 렌즈를 탑재해 피사체가 또렷하게 표현되고 색감 재현력도 뛰어나죠. 다만 저조도 촬영 결과물은 보통의 중저가 모델과 비슷한 수준인데요. 아이폰SE 3세대에도 없는 '야간모드'가 있고, 좋은 렌즈가 사용됐지만 삼성전자, 애플에 비해 소프트웨어를 통한 사진 후처리 수준이 높지 않은 결과로 보입니다. 후면 카메라로 촬영한 식물 이미지, 흐린 날씨에도 결과 색감이 잘 살아났다. (사진=이건한 기자)주간과 달리 저조도 환경에서는 그리 좋은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 (사진=이건한 기자)화면은 어떨까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중저가 스마트폰들은 보통 저렴한 LCD 패널이 사용됩니다. 반면 반면 레드미 노트11 프로는 6.67인치 대화면 OLED가 탑재됐습니다. OLED는 LCD보다 수명은 짧지만 배터리 사용량이 적고 발광소자를 끄는 방식으로 완전한 검정색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색 재현력이 LCD보다 뛰어납니다. 다만 패널 가격이 비싸 저가 모델에는 잘 쓰이지 않죠.메모리도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쓰이는 8GB LPDDR4X가 장착됐는데 가격은 42만원에 불과합니다. 샤오미가 경쟁 모델로 내세운 삼성 갤럭시A53 5G는 6GB 모델 가격이 59만원이죠. 프로세서는 퀄컴의 중간급 모델인 '스냅드래곤 695'가 탑재됐는데요. CPU(중앙처리장치) 성능 점수를 알아볼 수 있는 긱벤치5 기준 레드미 노트11 프로의 점수는 싱글코어 693점, 멀티코어 2092점으로 갤럭시A53과 비슷했습니다. 이는 고화질 영상 재생이나 2D 기반의 단순한 캐주얼 게임 구동은 문제가 없는 수준이죠. 레드미 노트11 프로의 배터리 용량은 5000mAh로 최근 6인치급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대신 충전에 강점이 있습니다.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든 67W(와트) 고속충전이 지원되는데요. 현재 삼성전자는 최대 45W 충전을 지원하고 애플은 아직 30W 수준인데, 일찍이 고속충전 기술 차별화에 베팅한 샤오미는 이미 60W를 넘어 완전히 앞선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레드미 노트11 프로에는 67W 고속충전 어댑터가 기본 제공된다. (사진=이건한 기자)샤오미 관계자에 따르면 이 충전기를 사용했을 때 0%에서 30분이면 50%를 충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를 확인해보기 위해 기기 배터리를 1% 남겨두고 30분간 충전해보니 약 47%가 됐습니다. 오차를 감안하면 과장은 아니었던 거죠. 또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난해부터 환경보호를 명목으로 배터리 충전 어댑터를 휴대폰 구매 시 제공하지 않고 있는데요. 샤오미는 약 5~6만원 상당의 67W 충전 어댑터와 케이블을 40만원대 레드미 노트11 시리즈와 함께 제공합니다. 다만 옥의 티가 있었습니다. 이제 대중화된 무선충전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 다만 유선 충전으로 1시간이면 완충이 가능한 수준이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는 단점으로 평가됩니다. '중국산' 향한 뿌리깊은 불신…개선 노력은?이처럼 샤오미는 여전히 '가성비에 미친' 회사라 불러도 무방합니다. 국내에서 같은 가격 대비 더 성능 좋은 휴대폰은 사실상 없습니다. 스마트폰 라이트 유저나 보조 스마트폰을 구입하려는 경우라면 '적격'입니다. 그리고 이는 전작에서도 마찬가지였죠. 그러나 샤오미는 지난해 국내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뽐내지 못했습니다. 이는 제품의 완성도가 높아도 국내에서 '중국산 스마트폰'이란 꼬리표가 갖는 부정적 인식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샤오미가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 않은 까닭입니다.스마트폰은 일반적인 가전과 달리 사용자가 온종일 휴대하는 기기입니다. 온갖 개인정보와 사생활의 보고이기도 하죠. 당연히 보안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중국산 통신기기들은 이미 오랫동안 개인정보 유출, 혹은 백도어(해킹, 도·감청 등을 위해 숨겨진 프로그램) 탑재 의혹을 겪으며 보안에 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입니다.사실 이런 인식에 대해 중국 업체들도 억울한 면은 있습니다. 의혹에 머물 뿐 실제로 중국산 스마트폰에서 악의적인 백도어가 발견된 사례는 없거든요. 공식적으론 그렇습니다. 샤오미도 백도어 탑재 의혹을 받았으나 올해 1월 독일 연방정보보안청(BSI)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았고요. 반중정서가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은 유럽에선 샤오미 스마트폰이 가성비를 등에 엎고 득세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2021년 유럽 스마트폰 점유율 TOP3. 샤오미의 성장세가 가팔랐다.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하지만 시장의 성격은 모두 다릅니다. 중국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국내에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려면 더 특수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면에서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제조사들은 항상 '보안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지만 정작 국내 소비자들에게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홍보나 마케팅 활동엔 소극적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부정적인 의혹이 퍼지는 건 순간이지만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그만큼 따르지 않으며 어느새 의혹이 사실처럼 굳어진 겁니다.이달 초 열린 레드미 노트11 시리즈 국내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스티븐 왕 샤오미 동아시아 총괄매니저는 "한국에서의 반중정서를 돌파할 전략이 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샤오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는데요. 일개 기업으로서 이미 뿌리깊은 국민 정서를 바꾸는 일이 쉽진 않겠지만, 한국에서의 약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그에 대한 대응이 적극적이지 못한 측면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수리가 가능한 샤오미 국내 서비스센터(AS) 숫자는 2022년 4월 기준 아직 16곳에 불과합니다. 휴대폰은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된 제품임에도 고장 시 수리 접근성이 낮다는 점은 샤오미 스마트폰을 여전히 '주력'으로 사용하기에 망설임을 갖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죠.이처럼 '중국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부족한 서비스 채널은 가성비가 아무리 좋아도 '안정성'을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온전히 열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국내에서 스마트폰 판매 성과를 50%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샤오미. 과연 가성비만으로 올해도 목표한 결과를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