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입은 패션’ 구호, 장마리아 작가와 한남동 협업 전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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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0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악수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한국의 대기업들이 수백조원에 달하는 ‘돈 보따리’를 풀겠다고 발표했다. 전기차와 배터리 등 미래 전략 산업의 초격차를 확보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맞춘 발표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시기와도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시장은 이 같은 발표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진짜 돈을 투자해 봐야 안다는 반응도 나온다. 삼성·SK·현대차·LG·롯데·한화그룹은 최근 일제히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기업들이 투자하겠다는 금액을 모두 합산하면 총금액은 무려 940조원에 달한다. 미래 먹거리 육성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고용 창출에도 기여하겠다는 얘기다.다만 아직 투자 내용이나 일정 등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지 않은 만큼 이들의 투자 선언이 실제로 이뤄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한동안 잠잠했던 대기업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은 새 정부의 기조에 발맞춘 행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장려하는 친기업 정책들을 대거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한 것에 맞춰 기업들이 화답한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 관계가 그 어느때보다 좋아졌다”며 “미국 현지 기업들과의 기술 협력 등이 용이해질 것이란 기대감 역시 최근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쏟아내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과의 관계와 관련해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대규모 투자 유치라는 성과를 톡톡히 챙겨 갔다”는 분석도 있다.가장 큰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놓은 기업은 재계의 맏형 격인 삼성이다. 삼성 계열사들은 ‘역동적 혁신 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란 슬로건을 내걸었다.2026년까지 5년간 반도체와 바이오, 차세대 통신 등에 총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계획은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지 약 사흘 만에 나왔다. 삼성전자는 그중 360조원을 한국에 투자한다.여전히 반도체에 집중하는 삼성삼정전자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30여 년간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시장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떠오르는 반도체 강국인 대만과 일본을 비롯해 거대한 내수 시장과 국가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날로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 최초=삼성’이라는 공식에도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이번 투자액 중 상당한 금액이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 전략 유지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를 단단하게 하기 위해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활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EUV 공정을 적용한 14nm(나노미터: 1nm는 10억 분의 1m) D램 양산을 발표한 바 있다.반도체 설계 부문인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에서는 고성능 저전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에 투자를 집중할 방침이다. AP 중에서도 갤럭시 시리즈 전용 AP 개발에 최근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부문에선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정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기반으로 한 3nm급 반도체는 TSMC보다 성능이 앞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별로 투자 여력은 충분삼성전자는 3nm급 이하 반도체를 경쟁사보다 빠르게 양산해 경쟁 우위를 확보할 계획이다. 한편으로는 제2의 반도체로 점찍은 바이오 부문과 차세대 통신 기술인 6세대 이동통신(6G) 부문에서도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 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8만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개 계열사도 2025년까지 4년간 한국에서 63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현대차는 모빌리티 중심의 신규 사업 외에도 당분간 고객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내연기관 사업에 대한 투자도 병행한다. 완성차업계의 전동화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전동화·친환경 사업 분야에는 16조2000억원을 쏟아붓는다.SK그룹은 2026년까지 5년 동안 반도체(Chip)와 배터리, 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247조원을 투자한다. 이 가운데 72%인 179조를 국내에 투입한다. 반도체 및 반도체 소재에 전체 투자 규모(247조원)의 절반 이상인 142조원을 쓸 예정이라고 밝힌 부분이 가장 눈에 띈다. 또한 핵심 성장 동력을 담당할 인재 5만 명도 한국에서 고용할 예정이다.LG그룹도 향후 5년간 한국에 106조원을 투자한다. 총 투자액 가운데 43조원은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차세대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 분야에 들어간다. 또 올해부터 5년간 매년 1만 명씩 총 5만 명을 직접 채용하기로 약속했다.이 밖에 롯데그룹과 한화그룹이 5년간 각각 37조원, 37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롯데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위축됐던 유통·관광 산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시설 투자 확대에 돌입한다. 이와 함께 신사업 육성을 본격화한다.바이오 의약품 위탁 개발 생산(CDMO)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인 롯데는 1조원 규모의 한국 공장 신설을 추진한다. 롯데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용 유발 효과가 큰 대규모 복합 몰 개발과 바이오 의약품 공장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롯데가 새 먹거리로 삼고 있는 모빌리티 부문은 올해 실증 비행을 목표로 하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 중심으로 투자할 예정이다.한화그룹은 20조원을 한국에 투입해 2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한국 투자는 에너지, 탄소 중립, 방산·우주항공 등 3개 분야로 정했다.분야별로 보면 태양광·풍력 등의 에너지 분야에 약 4조2000억원을 투입해 태양광 연구·개발(R&D)을 강화한다. 또 최신 생산 시설을 구축해 한국을 고효율의 태양광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핵심 기지’로 성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이와 함께 수소 혼소(혼합 연소) 기술 상용화, 수전해 양산 설비 투자 등 탄소 중립 사업 분야에 9000억원을 투자한다. 방산·우주항공 분야에는 2조6000억원을 투입해 K9 자주포 해외 시장 개척, 레드백 장갑차 신규 글로벌 시장 진출 등 ‘K-방산’ 글로벌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기업별로 보면 투자 여력이 충분해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기준 이익 잉여금이 약 30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50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분기 당기 순이익 또한 10조원이 넘는다. 이를 감안할 때 삼성이 5년 동안 450조원을 투자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SK·LG·롯데·한화 등의 기업들도 전체 계열사들의 이익 잉여금과 현금성 자산 규모 등을 따져보면 이번에 발표한 만큼의 투자를 충분히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들이 실제로 발표한 투자 계획을 이행할지 여부에 대해선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과거에도 대기업들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대대적인 투자나 고용 계획을 관행처럼 제시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 약속한 부분들이 이뤄졌는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 고용 약속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업 보고서에 나타난 직원 수가 수만 명 늘어난 기업은 없었다.이런 측면에서 이번의 투자 계획도 정치적인 레토릭에 가깝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박찬희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기업들이)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정확하게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다’와 같은 구체적인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며 “실제 투자가 이뤄졌는지 여부는 기업 외부에선 확인하기 어렵다. 새 정부는 출범했고 기업들은 뭔가 해야 할 것 같으니까 일단 큰 규모의 투자 계획을 제시한 측면이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